"기술이 우리의 인간성을 없애기 전에, 우리가 기술에 인간성을 입혀야 한다. "
올리버 색스  Oliver sack
작품소개
지난 전시에서 작가는 감성 컴퓨팅(Emotion AI) 기술로 참가자의 감정(뇌파)과 색상(시신경)의 반응 관계를 분석하고 사람들의 감정을 색상 데이터로 치환하는 작업을 수행했다. 이때 참가자들의 수집 데이터가 주로 행복했던 순간과 사랑하는 대상에 대한 기억이라는 것을 확인했다. 추출된 색들은 인간이 만들어낸 개념으로 정의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각각의 색마다 참가자를 치유하는 효과가 있었기에 특정 색으로 규정하지 않고 ‘이모션 백신’이라고 명명했다.
이번 작품에서는 ‘이모션 백신’의 데이터를 공유하고, 그것을 제작하는 과정 자체를 음압(Negative Pressure) 실험실 형상 작품으로 구성하여 새롭게 선보인다. 기압의 원리를 이용하여 공기가 한 방향으로만 흐르도록 설계하는 방식으로 구축된 이 음압 실험실은 참가자들의 ‘이모션 백신’을 제작하고 추출하는 이동확장형 백신 공장이다. 이 곳에서 관람객들의 특정 기억과 감정을 연상시키는 이미지를 VR(virtual Reality)로 노출시키고, 이때 뇌파와 안구 변화 측정기기를 이용하여 감정 데이터를 추출한 후 개인의 색상 선호도와 유사도 분석을 통해 새로운 색으로 추출한다. 보이지 않는 개인의 감정과 기억을 세상에 단 하나뿐인 색깔로 실체화하고 작은 바이알(vial)에 담아 간직할 수 있다.
이 실험은 색과 감정에 대한 인간의 관념과 기준을 다시 돌아보게 한다. 사회적 실재로서의 색에 대한 선호와 감정에 대한 반응을 전혀 다른 기준으로 마주하게 될 때, 우리는 그것을 어떻게 받아들일 수 있을까?
천영환
새로운 기술 변화의 스펙트럼과 사회적 맥락의 조화에 관심을 두는 천영환은 몇 년 전까지 국회사무처 소관재단에서 4차 산업혁명 이후의 새로운 시민 참여(Civic Engagement) 모델을 연구하며 몇몇의 국내 최초의 시민 참여 온라인 입법 사례를 성공시켰다. 기술을 둘러싼 제도적 변화도 중요하지만, 대중들의 기술과 사회변화에 대한 인지 감수성이 더 중요하다 여겨 작가 활동을 시작했다. 천영환 작가는 현재 한 뉴미디어 아트 그룹인 ‘Discrete’에서 ‘AI-Made’에 관련된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며, 코로나 이후의 뉴노멀 시대에 맞춰 포스트 휴머니즘의 담론을 바탕으로 미래와의 공존을 탐구하고 있다.

작가노트
뉴노멀(New Normal) 시대를 대비하는 인간적 체계의 인간적 활용
색이라는 것을 뇌의 입장에서 보면, 일종의 파장일 뿐이다. 가시광선의 조합으로 만들어진 신호를 뇌에 구성한 표상이다. 색은 자연에 실재하는 것이 아닌 인간에 의해 규정된 것이다. 삼원색으로 보이는 것이 아니라, 인간이 삼원색으로 인지하는 것이 다. 삼원색을 모두 인지할 수 있는 동물은 지구상에 별로 없다. 고양이는 빨간색을 인지하지 못한다. 빨간색의 실체는 625nm~750nm의 빛파장인데, 인간이 '빨간색'이라고 범주화 시킨 것이다. 빨간색(Red)은 '피'와 관련있는 라틴어 'Rubber'에서 왔다. 루비라는 보석도 빨간색이기 때문에 사람들이 그렇게 이름을 붙였다. '불'과 같은 색으로 보이기 때문에 빨간색은 따뜻하고 열정적이라는 사회적 통념이 만들어졌다. 하지만, 빨간색을 보고 따뜻하거나 열정을 느끼지 못하고 오히려 싫어하는 사람도 있다. 사실 인간의 뇌는 사람마다 색을 인지하는 정도가 다르기 때문이다. 감정도 마찬가지이다. 감정도 어떤 일련의 상황에 대한 인간의 범주화다. 상황에 대한 요약이고 이를 통해 빠른 의사결정을 내리도록 뇌가 효율적으로 판단하는 것이다. 이 관점에서 우리가 느끼는 감정을 인간이 범주화시킨 언어적 표현으로가 아닌, 사람마다 각기 다르게 인식하는 개인화된 고유한 신호로 보고자 한다. 그리고 이 신호를 해석하는 것도 특정 개인이 아닌, 많은 이와 함께 해석하고자 한다. 이때, AI의 유사도분석 알고리즘이 그 역할을 도와줄 수 있다. 제런 러니어는 AI를 '다인(多人) 조직 체제'라고 정의했다. 초기, AI에게 어떤 정보 를 주느냐에 따라 그 학습의 결과가 달라진다. 이 정보를 주는 방식에 대해서 우리는 더 인간적일 필요가 있다. 즉, 인간을 획일화된 존재가 아닌 각자의 개성이 드러나는 존재로 볼 수 있도록 데이터를 주는 것이다. 여기에는 감정과 색상이라는 인간이 만들어낸 범주를 다시 해체하고, 편견과 선입견 없는 정보를 기반으로 재조직화(Re-organization)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이 과정은 상당한 시간이 요구되지만, AI가 작동하는 디지털 세상에서는 시간을 압축하여 그 여정을 경험할 수 있다. 이는 인간의 감각 기관과 지각 기능에 대한 일종의 거울상(Mirror plane)이 될 수 있다. 이 거울을 반추삼아 기존의 관념과 인식을 다시 돌아볼 수 있는 능력도 인간만이 가지고 있는 고유한 능력이다. 코로나는 어디에서부터 왔을까. 결국은 인간이 만들어낸 시스템 속에서 발화된 현상이다. 코로나가 가져온 긍정적인 효과는 이제라도 우리가 살아가는 방식에 대해서 돌아보게 했다는 점일 것이다. 앞으로는 우리 인간이 살아가는 방식에 대하여 서로에게 거울상이 되어야 한다. 서로에게 서로가 대안이 되어야 한다. 그러기위해선 우선 내가 가지고 있는 기준부터 새로운 관점으로 다시 바라봐야 한다. 현재를 되돌아보고 다시 나아가는 힘. 코로나 이후에 우리가 가져야할 중요한 자세이다.
CV

천영환 (b.1986)
한국과학기술원(KAIST) 공학석사 졸업

개인전
2020 <After All This Time>, 캠퍼스디, 서울, 한국
2020 <Random Diversity>, 우란1경, 서울, 한국
2019 <이것은 99.17005896568298% 확률로 달항아리입니다>, 갤러리 팩토리, 서울, 한국

그룹전
2021 <미래산책> 그룹전 참가, 소제동 아트벨리, 대전, 한국

수상 / 선정 / 레지던시
2020 우란문화재단 우란이상 시각예술연구 작가 선정
2018 대한민국 디지털사회혁신 유공 표창
2013 연구개발특구진흥재단 ‘이노폴리스 아이디어 콘테스트’ 대상 수상

기사
<특정 감정 뇌파-특정 색깔 매핑한 예술적 시도 ‘신선’> 한겨레, 2020.08
<色찾아드립니다 인공지능융합예술 인기> 조선일보, 2020.08
<DRB파텍, 캠퍼스디, 로봇팔로 3D프린팅 방식 구현 ‘눈길’> 서울경제, 2020. 08
<AI 기술로 빚은 달항아리..‘랜덤 다이버시티’展> 서울문화투데이, 2020. 08